2022년 대선을 통해 2024년 총선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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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저는 통계학자도 여론조사 전문가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두며 지금부터 할 얘기는 전부 막연한 인상비평에 불과합니다. 더 타당한 해석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22대 총선에서 누가 웃게 될 것인가? 간단하게 생각하면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서 받은 지지를 유지한다면 승리할 것이고, 민주당은 그들이 마음을 돌리게 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20대 대선 당시에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이들의 마음을 돌렸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 어떤 이들이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는가? 그리고 그들은 과연 2024년에도 윤석열 정권을 지지할 것인가?
I. 이재명이라서 졌다?
2022년에 민주당은 왜 졌는가? 가장 간단한 설명은 대선후보 이재명이 가진 각종 개인적 결함이 중도층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이유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인지는 의문스럽다.
출구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정권연장을 바라는 표심보다 명백히 큼이 확인됐지만, 실제로 이재명과 윤석열의 표차는 그것보다 훨씬 작았다. 위 표를 기반으로 단순계산해보면 출구조사상 이재명 득표율이 47.8%였고 그 중 12.1%가 정권교체론자였으니까 유권자의 5.78%가 정권교체를 지지하면서도 이재명을 선택했다는 말이고, 반대로 출구조사상 윤석열 득표율 48.4% 중 6.5%가 정권연장론자였으니까 3.15%의 유권자가 정권 연장을 지지하면서도 윤석열을 선택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권 평가 선거'였을 때와 비교해 '이재명 vs 윤석열' 선거가 됨으로써 벌어온 표가 까먹은 표보다는 많다는 이야기다. 결국 원인은 48.7% 유권자가 정권교체를 원하게 만든 문재인 정부에게서 찾아야 한다. 어떤 유권자가 문재인 정권을 심판했는가?
II. 반페미니즘 때문에 졌다?
비슷하게 군소 후보가 별로 없이 보수:진보 1:1에 가까운 구도였으며 보수의 승리로 끝난 가장 최근의 선거인 2012년 대선을 보면, 젊을수록 진보적이고 늙을수록 보수적이라는 기존 통념에 충실한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아시는 대로 2022년으로 오면 상황은 바뀐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12년에는 40대였다가 2022년에는 50대가 된 60년대생들, 즉 86세대가 기존 통념과 달리 장년층이 되고도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별로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노년층이 점진적으로 세상을 떠나고 진보적인 청년층이 투표권을 얻는데 이전과 달리 중년에서 장년으로 접어든 사람들이 보수화되지 않았다. 이는 진보의 우위를 암시할 것이고 실제로 민주당이 잘 나가던 시기의 유권자 지형이 그랬다. 하지만 보다시피 2030 남성에서 윤석열이 승리하면서 이제 새로 투표권을 얻은 젊은 유권자들이 '진보적'일 것이라는 공식은 깨졌다. 그렇기 때문에 안티페미니즘을 기치로 내건 젊은 남성들이 보수정당 지지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중장년층을 고립시켜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20대에 한해 이 설명은 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30대까지 '젠더 갈등'이라는 틀로 뭉뚱그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30대 역시 언뜻 보면 남성은 윤석열이 이겼고 여성은 이재명이 이겼으니 20대보다 정도의 차이만 덜할 뿐 마찬가지로 '젠더 갈등'으로 인해 나온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2022년의 30대, 즉 80년대생 유권자들에게서 이 정도의 차이는 젠더 갈등이 이 정도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그들이 20대였던 2012년에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어쨌든 이재명이 30대 여성층에서 이겼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지만) 잘 보면 30대 여성 또한 10살을 더 먹으면서 30대 남성과 비슷한 정도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했다. 30대의 이반은 남녀를 불문한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30대의 이반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III. 부동산 때문에 졌다, 그런데 무슨 부동산?
의문은 지역별 2030 출구조사를 보면 풀린다. 2030, 그 중에서도 특히 30대의 윤석열 선택은 서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도권 타 지역은 물론이고 밑에 비교대상으로 둔 대전 30대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서울 30대는 심지어 부산 30대(53.6%)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윤석열을 선택했다. 서울의 30대 유권자가 타 지역 30대 유권자보다 이렇게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할 이슈는 대체 무엇인가? 그렇다. 부동산이다.
내가 만나본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인한 서울의 표심 이반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과세로 인해 서울 집 주인들이 화가 나서 계급투표를 한 것'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유한' 유권자들이 '욕망에 충실한 투표'를 하는 바람에 정권을 잃었다는 억울함도 으레 뒤따라나온다.
2020년 총선에서의 강남 3구 등 부촌에서의 민심 이반에 대해서는 그러한 설명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2년에 나타난 이반은 흔히 생각하는 '부촌'에 한정되지 않았으며 서울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이반을 이끈 것이 30대라는 점도 포인트이다. 일반적으로 서울 30대라고 해도 30대가 종부세를 낼 정도의 고가 아파트를 자기 소유로 갖고 있는 경우가 흔치는 않을 것이다. 보통 생각하기에 30대라고 하면 이제 막 사회에 자리를 잡았으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그리고 신혼집을 알아보곤 할 나이대이다. 서울 30대의 '부동산으로 인한 표심 이반'은 계급투표라기보다 '집값이 올라 집을 구하지 못해서 화가 난 것'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 '세금이 올라 화난 표심'과 '집값이 올라 화난 표심'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지역구 단위로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2020년에 표심 이반이 두드러진 곳은 전자에 가깝고, 2020년에는 별 징조가 없다가 2022년에 갑자기 이반한 곳은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뇌피셜을 제시해본다. 예컨대 서울 전체적으로 봤을 때 2020년 민주당의 선거 환경은 2016년의 더민주보다 좋았음에도, 강남구 을 선거구에서는 2016년에는 당선됐던 전현희 의원이 2020년에는 낙선했다. 나는 강남구 을의 변심은 전자, 즉 계급투표가 맞다고 본다.
그럼 후자에는 무엇이 해당하느냐고? 2020년 총선에서 강서구 병에 출마한 민주당 한정애 후보(59.92%)의 득표율은 갑선거구 같은 당 강선우 후보(55.89%)보다 높았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강서구 갑은 50.63:45.57로 이재명이 비교적 여유있게 승리했는데, 강서구 병은 48.71:47.32로 갑작스레 팽팽해졌다. 이런 지역들이 '(종부세보다는) 집값이 올라서 화난 지역'에 해당하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해본다.
IV. 문제는 집주인이 아닌데...
위에서 '세금이 올라 화난 표심'과 '집값이 올라 화난 표심'을 구분하지 못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연한 '국개론'을 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민주당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도 비슷한 수준의 인식을 갖고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욕망에 충실히 복무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경기도 판세를 뒤집을 필승카드랍시고 '서울시민으로 만들어주겠다'는 1차원적 욕망에 호소하는 전략을 꺼낸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위에서도 봤듯이 20대 대선을 '부동산 심판 선거'로 만든 건 종부세에 분노한 집주인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현실에 분노한 30대 세입자들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말로는 '수도권이 총선 핵심'이라고 하면서 엉뚱한 쪽에 포인트를 잡은 채, 고물가, 근로시간 개악 추진 등 정작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수도권 30대를 화나게 할 일만 골라서 하는 중이다.
아까 예로 들었던 강서구 병 선거구를 다시 살펴보면, 지난 10월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이 지역 득표율은 57.03%였다. (비교 대상으로 들었던 강서구 갑은 57.96%) 가장 최근의 서울 대상 여론조사인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의 12.26.~12.28. 조사(상세내용 여심위 참조)에서 서울 30대의 국정 평가는 긍정 21.4:부정 64.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