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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에서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며 소수자 혐오 담론을 퍼뜨리는 젊은 남성들을 '인셀'로 부르며 조롱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2찍 이대남 = 인셀'이라는 단순한 등식을 세우고 이것을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심히 의문스럽다.
'인셀 현상'이 사회학적으로 실존하는 것과 별개로 온라인에서 이를 인용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남성을 조롱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대선 직전에 뜬금없이 유행을 탔던 '1번남', '2번남' 프레임을 생각해보자.)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남성들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 기득권'인 남성이 스스로의 특권적 지위를 자각하지 못하고 '상대적 소수자'인 여성을 상대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소위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남성혐오'(라고 흔히 불리는 것)에 대해 '소수자의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서의 미러링이므로 (남성의 여성혐오와 비교해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상에서 '인셀'이라는 키워드로 이대남을 공격하는 방식이 과연 '강자에 대한 약자의 반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심히 회의적이다. 이는 강자로서의 남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집단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낙오된' 자들의 약자성을 꺼내 두들겨 패면서 일종의 우월의식을 얻으려는 것에 불과하므로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2찍 이대남 = 인셀'이라는 도식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여부를 떠나서 현상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20대 남성의 우경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20대 대선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는 20대 남성 유권자층에서의 윤석열 후보 득표율을 58.7%로 예측했다. 이대남의 과반수가 '사회에서 낙오된 패배자 아싸 찌질이'라는 이야기인가? 전체 이대남의 과반수가 '인셀'이라면 '인셀'이라는 단어의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적어도 20대 남성 사회에서 우경화와 소수자 혐오는 '패배자들의 찌질거림' 따위가 아니라, 인싸부터 아싸까지 모두가 향유하는 '주류 문화'인 것이다.
우리는 명문대를 나와서 그럴싸한 직업을 갖고 여자를 잘 사귀는, 소위 '알파 메일' 이대남들이 딱히 더 진보적이고 소수자 인권을 챙기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소위 이준석식의 '공정 담론'에 가장 잘 부화뇌동하는 이들이므로, 오히려 그 반대가 더 사실에 부합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말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인셀'의 사전적 정의에 부합하는 사회적 낙오자들보다도, 이렇게 '주류 사회'에서 뒤틀린 능력주의와 소수자 혐오 담론을 전파하는 이들이다.
요약해서 '2찍 이대남'을 '인셀'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당장 발화자의 기분은 좋게 해 줄지 몰라도 다른 형태의 혐오발언일 뿐이며, 우리가 진짜 문제가 뭔지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