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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치러질 하반기 재보궐선거에 관해서 두서없이 아무말 썰풀이를 해보려고 한다.
[서울특별시교육감]
- 정당이 공천하지 않는 선거이지만 이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학생인권조례이다. 교육감에게 교육 관련 조례의 재의요구권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의석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에 큰 의미는 없다. 대신 조희연 체제의 서울교육청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일단 '시간 끌기'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 보궐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다면 제일 먼저 이 소송부터 취하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일들을 보아하니 대이변이 없다면 다음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 다만 진보 단일후보로 결정된 정근식 후보에게 학생인권조례의 수호자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는 서울대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초·중등 교육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그동안 진보 진영이 배출한 서울교육감인 곽노현 전 교육감과 조희연 전 교육감 모두 '초중등교육 경력 없는 서울대 출신 교수'였다. 이제는 좀 현장을 아는 사람이 진보 교육감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상대가 입만 열면 '전교조 아웃'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조전혁 전 국회의원이라는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부산광역시 금정구청장]
- 나는 최인호 전 의원이 사하구 갑에서 기어이 떨어지는 걸 본 이후로 PK, 특히 부산 여론조사는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기로 했다.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서 단일화 시 김경지(민) 후보가 윤일현(국)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조사가 나오긴 했지만 이 기관은 총선 때는 사하구 을에서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 리드라는 조사를 낸 적도 있다.
- 그래도 총선 때보다는 상황이 나은 지점이 있다. 22대 총선 결과가 선거 직전 여론조사 및 출구조사 결과대로 나왔다면 국민의힘의 개헌저지선은 붕괴되었을 것이고,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이 모두 통과되었을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끌려내려올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정구청장은 국회에 안 나가니까 민주당이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기더라도 그 자체로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샤이 보수'의 막판 결집이 일어날 동기가 총선보다는 떨어져 보인다는 이야기다. 다만 내가 한 북구나 영도구쯤 됐으면 진지하게 기대를 했겠는데 금정구는 원체 보수적인 지역이라 그거 감안해도 좀 아닌 것 같다...
- 민주당 김경지 후보와 조국혁신당 류제성 후보는 단일화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물론 속된 말로 'WWE'일 뿐이라고 본다. 3자 구도는 공멸이고, 특히 혁신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결국 류제성 후보가 양보해야 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민주당이 이런 혁신당의 처지를 이용해 일종의 '갑질'을 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 혁신당 입장에서 금정구청장 후보를 낸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상술했다시피 결국 단일화 협상이 안 되면 혁신당이 일방적으로 꿇을 것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단일화 협상에서 잡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혁신당으로서는 부담이다. 다만 지방선거 및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호남 제2당'이 아닌 전국정당이라는 어필을 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라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결국 '우당(友黨)'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은 비례대표제의 특수성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지 지역구 선거에서는 유지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인천광역시 강화군수]
- 국민의힘이 안상수 전 인천시장 외의 예비후보 13명을 전원 경선에 붙인 걸 보고 좀 황당했다. 안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리더십이 불안불안한 한동훈 대표이고, 실제로 전당대회 당시 '김옥균 프로젝트(대충 재보선에서 부진하면 그걸 계기로 한동훈을 끌어내린다는 내용)'라는 괴문건(?)도 돌았던 만큼 어떻게든 무소속 출마 등의 변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안상수 이야기나 해보자. '재선 인천시장, 3선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만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안상수의 최근 이력만 봐서는 정말 허접하다. '① 2020년 총선에서 윤상현 의원의 홈그라운드 동구·미추홀구 을에 전략공천되어 참패 → ② 뜬금없는 2022년 대선 경선 출마 → ③ 2022년 지선 인천시장 경선 패배 → ④ 2024년 총선 계양구 갑 출마 시도하나 컷오프 → ⑤ 2024년 강화군수 보선 컷오프 후 무소속 출마'. 전형적인 떠날 때를 알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노욕을 부리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 그러는 동안 2016년에 무소속 안상수에게 과반 득표를 몰아줬던 강화군민들의 지지는 2024년에는 여론조사상 10% 남짓으로 추락했다. 사람은, 특히 정치인은 모름지기 자기 객관화라는 게 필요한 법이다. 안상수 본인은 한때 보수정당의 거물이었던 찬란했던 과거와, 자신의 긴 정치경력에서 쌓았을 수많은 업적들에 여전히 얽매여 있겠지만, 유권자는 냉엄하다. 사람들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정치인의 생명은 끝난 것이다.
- 사실 안상수 본인도 자기가 더 이상 대중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이 없다는 거 마음 한 켠에서는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생 해 온게 이것뿐이고 다른 할 줄 아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으니까 그저 습관성 출마를 반복하는 것일테다. 마치 고시 낭인과도 같은 서글픈 모습이다. 사시 낭인을 없애기 위해 변호사시험 5탈 제도를 도입했듯이 선거 낭인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필요한 것 아닐까? (농담이다)
[전라남도 곡성군수]
- 일종의 '비주류 컴플렉스'인지는 몰라도,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있으면 좀처럼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질 않는 것 같다. 뭐 같은 당 의원 수십명이 작당해서 자기를 감옥 보내려고 든 게 불과 1년 전이니까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라만...
- 아무튼 이번 곡성군수 재선거는 이재명 대표의 그런 습성(?)을 잘 드러낸다고 본다. 이 선거는 민주당 출신 이상철 전 군수가 올해 5월 말 대법원 판결로 당선무효 처리되어 치러지는 선거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은 자당 출신자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재보선에 대한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을 폐기했다. 2023년 전주시 을 재선거에서 이 원칙을 근거로 무공천한 덕에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년 간 국회의원을 지낼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런 식의 '떡고물'을 다른 당, 특히 조국혁신당에 떼주기 싫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 공천 과정도 재미있다. 당초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는 강대관 군의원, 유근기 전 군수, 정환대 전 도의원 3명이었다. 그리고 강력한 무소속 후보로 2018년에 민주평화당 소속으로/2022년에는 무소속으로 군수에 출마했던 조상래 전 도의원이 있었다. 올해 8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상래가 민주당 후보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상래는 '100% 국민참여경선'을 조건으로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고, 민주당은 타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경선 결과 조상래가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 조국혁신당은 처음 출마를 선언한 손경수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상 저조한 지지율에 그치자 정의당 소속으로 오래 활동했던 박웅두 후보를 영입했다. 신장식 의원을 필두로 해서 옛 정의당 인사들이 혁신당에 꽤 많이 합류하고 있다. 직전 글에서 혁신당은 정의당을 대체할 '진보정당'을 노리는 듯하나, 나는 혁신당이 '진보정당'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한 바 있다. 박웅두 후보 영입은 나름대로는 그런 '진보정당화 시도'의 일환인 모양이다.
- 국민의힘에서는 '당원인 최봉의 씨'를 공천했다. 명색이 집권여당 소속의 기호 2번 후보 소개가 달랑 '당원'이라니 살짝 웃겼다. 예비후보 등록 후 알려진 정확한 직함은 '(사)탄소중립실현본부 부회장'이다. 사족으로 이 단체의 본부장은 얼마 전에 무려 공채로 뽑은 모양이다.
[전라남도 영광군수]
- 민주당 장세일 후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민주당 경선 참여를 거부하고 탈당하며 내세운 명분도 이것이었다. 이걸 민주당이 문제삼지 않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한 이유는 궁금하긴 하다. 이전에 도의원도 지낸 걸 보면 이전에도 문제가 없다고 본 모양이다. 뭔가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걸까?
- 혁신당 장현 후보는 수십억의 강남 아파트를 소유했으며 정작 영광에서는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직장이 서울인)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러는 것도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군수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러면 좀 많이 그렇지 않나...?
- 장현 후보가 고려대 시절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이력을 총학생회장으로 속였다는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한 장현 측 입장은 이러하다. 그 자체보다 재밌는 건 이 의혹은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양재휘 예비후보가 들고 나왔던 것인데, 정작 그는 이후 장현 지지를 선언하며 혁신당에 입당했다.
- 영광군은 새미래민주당(舊 새로운미래)의 실질적 구심점이었던 이낙연 전 총리의 고향이고, 그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이낙연의 정치적 고향인 영광군에 후보를 내고 당선시키겠다"고 하던데 흐지부지된 모양이다. 하긴 냈어봤자 딱히 좋은 꼴은 못 봤을 것이다.
- 혁신당 지도부가 영광군수 유세에 참여하느라 김건희 특검법을 표결하는 본회의에 불참하자 민주당이 이를 문제삼은 일이 있다.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에 불참했다면 이는 큰 문제이지만 첫 번째 의결은 어차피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인 상황에서 요식행위에 가깝고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도 몇 명 빠졌음을 고려하면 살짝 트집 잡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와중에 김민석 최고위원이 "동네 선거하나, 지방의원인가" 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게 포착되었는데,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지원유세한 건 다들 자연스럽게 여기지 않았던가? 서울 강서구청장은 중요한 선거고 전남 영광군수는 동네 선거라는 말인가? 언제부턴가 이런 식으로 지역의 '급'을 매기는 게 너무 당연스러워진 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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