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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예인 스캔들이 터졌을 때 정치권의 비리나 중대 사건을 '묻으려고 터뜨린다'는 음모론을 흔히 볼 수 있다. 대체로 그냥 음모론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이런 말은 기삿거리에도 경중이라는 게 있고, 중한 기삿거리를 놔두고 경한 기삿거리를 강조하는 것은 모종의 의도를 가진 행위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가령 고위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이 정가를 달구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인기 연예인 A씨의 열애설'을 유독 시끄럽게 보도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그 보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타이밍에' 그것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으리라는 의심을 할 수 있다.

2.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보다 응급외상 대응 능력이 뛰어나므로 부산에서 발생한 환자를 서울로 실어나르는 게 불필요하다는 견해는 나올 수 있는 견해이며 타당할지도 모른다. 서울로 가자는 의사결정에는 이재명 대표의 가족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면 '무조건 서울이 좋겠지' 하는 사실과 다른 막연한 인식에서 이들 역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죽다 살아난 와중에 경황이 없는 그 가족에게 '지역의료와 의료전달체계를 생각해서 서울 대신 부산에서 치료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요구하는 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인 것처럼 강조하는 이들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도.

3.
정치인 윤석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건 개인의 자유이고, 나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수시로 늘어놓았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이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개인 이재명을 싫어하는 것은 각자의 양심의 자유의 영역이지만 어쨌든 그가 적법하게 선출된 원내 제1당의 대표로서 국가적 주요 인물이라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왜 이재명 대표를 일반인과 달리 헬기로 이송하느냐? 특혜다!"와 같은 주장은 "왜 윤석열 대통령은 일반인과 달리 세금으로 경호를 받느냐? 특혜다!" 수준의 이야기와 다름없는 논설이다.

4.
이런 소리들이 나오는 기저에는 결국 이재명을 '제1야당의 대표이자 국가 요인'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는 전과 4범에 대장동의 몸통에 ... 기타등등의 악질 범죄 피의자일 뿐이지 국정의 카운터파트가 아니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관점을 지지층도, 보수 언론도 공유하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이 '제1야당 대표'로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일개 피의자일 뿐인' 이재명의 피습으로 일종의 자숙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 직후부터 각종 음모론이 퍼지고, 엉뚱한 논란을 만들어 침소봉대하면서 분위기를 깨려는 것이다.

5.
테러범의 직접적 배후에 정부나 국민의힘 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 등장한 것도, 그 직후에 음모론을 퍼뜨리거나 전원 '논란' 따위를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도,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를 '야당 대표가 아니라 범죄자일 뿐'으로 취급하는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반복적으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테러를 직접 사주한 것은 아닐지언정 그 배경이 된 이러한 정치적 극단주의의 횡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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